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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일보 사설=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우려와 기대

성남까치 2009. 7. 17. 11:41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우려와 기대
2009년 07월 15일 (수) 17:18:34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사설2>

내년 3월 처음 문을 여는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13곳이 확정 발표됐다. 경기도와 인천시를 비롯한 각 시·도에서도 이달 중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분야 핵심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하나인 자율형 사립고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사관리에 있어 학교가 광범위한 자율을 가지게 되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 모델이다. 이번 지정에는 학생 선발권 제한으로 신청 학교가 저조한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학교 다양화와 자율성 강화를 통해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는 새로운 시도가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자율형사립고 도입으로 교육수요자의 학교 선택권이 대폭 확대되고, 학교 간에 건전한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나, 교육활동의 차별화가 자칫 교육의 다양화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특정 계층에게만 차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입시명문학교로 귀결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입시 중심이 아닌 공교육 정상화 또는 교육적 의미에서의 ‘자율’과 ‘창의’가 각 자율형 사립고에 일반화되도록 실행 초기부터 교과부의 점검과 지도가 확고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부에 따른 교육격차와 다양화프로젝트에서 배제되는 300개 외의 여타 고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교육제도는 사회 발전에 대응하면서 변화하기 마련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 진입한 지금과 평준화를 실시하던 3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변모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능력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교육이 더 다양화·자율화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다만 자율형 사립고를 선정하는 데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돼야 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재정 능력이 없는 학교는 자율고 선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걸러내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건전한 사학이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향후 명실상부한 자율 학교가 되도록 추첨에 의한 선발이 아닌 학교 스스로가 교육과정 특성에 맞는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특색있는 학교를 만들어 고교 전반의 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자율형 사립고의 취지에도 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