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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인터뷰=분당서울대병원 신임 정진엽 원장

성남까치 2008. 6. 10. 18:03

고객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라.....
취임 인터뷰=분당서울대병원 신임 정진엽 원장

 

【성남】지난 9일 분당서울대병원은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했다. 신임 정진엽(53) 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육연구실장에 이어 2~3대 진료부원장을 역임하며 신생병원인 분당병원을 개원 5년 만에 일류병원의 반열에 올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정책을 통해 성과와 효율을 목표로 매진했던 지난 5년간 ‘6시그마 추진위원장’직을 맡아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움으로 직원들을 보듬어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교직원 사이에 신임도 두텁다. 신임 정진엽 원장이 앞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들어 봤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임 원장으로서 앞으로 운영 방침은?
▶지난 9일 취임하면서 ‘화합 속의 재도약’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이는 개원 후 지금까지 앞만 보고 쉼 없이 질주한 교직원들의 피로도를 화합으로 달래고, 이를 바탕으로 초대 성상철 원장과 전임 강흥식 원장이 이루고자 했던 한수 이남에서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감성경영’을 펼칠 방침이다. 고객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야 하며 고객과 직원을 내 가족과 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감성경영을 천명해 직원들에게 친한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갈 생각이다.
젊은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벽을 허물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단기적으로 주력할 계획이다. 병원은 일반 기업과 달리 다양한 직종이 3교대를 하며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직종 간의 이해와 배려도 무엇보다 중요하며,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로 유명한 의료계이지만 저와 직원들과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낮아질 생각이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오늘날 의료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기 보다 감동과 행복을 주는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교직원들이다. 교직원들이 자발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객을 대할 때 고객의 만족은 커지게 될 것이고 이런 점에서 교직원들이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 최고 경영자(CEO)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분당병원은 2003년 개원 후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단기적인 급성장을 이룬 것으로 의료계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기도 남부지역에 세브란스병원, 경희대병원, 을지대병원, 한림대병원 등 대학병원 설립이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이러한 경쟁 체제를 어떻게 돌파할 계획인가?
▶분당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 2천500명 수준으로 설계됐는데 현재 일일 4천 명의 환자가 방문할 정도로 급성장 한 것이 사실이다. 저는 이것이 우리 모든 교직원이 열심히 뛰어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지역의 의료수요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기도 남부 지역에 최근 몇 년 사이 인구유입이 크게 늘어났고 광교, 동탄2 신도시 등이 계획돼 있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수준 높은 대학병원의 설립은 지역주민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전통성을 계승한 우리 병원은 분당이라는 지역적 편중성을 극복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지역 내에서의 경쟁 심화는 오히려 분당서울대병원의 전국화에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다. 지역별 협력 병원과의 전략적 제휴관계 강화는 물론 철저한 전문화·특성화를 통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자체의 브랜드 파워(brand power)를 최고로 높이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병원으로 만들겠다.
 

-철저한 전문화·특성화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특성화 시킬 계획인가?
▶진료적인 측면에서 각 진료과 마다 적어도 2개 이상의 특화된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가 되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특히, 분당병원의 당초 설립취지였던 성인 및 노인성질환은 진료와 연구·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선각자라는 생각으로 운영을 할 방침이다. 수익성 등의 문제로 어느 병원에서도 노인을 특화시키겠다고 나서지 않았을 때 분당병원이 그 무거운 책임을 안았고 한 걸음씩 진일보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최첨단 디지털병원으로서 IT, BT, NT의 최첨단 융합 기술을 의료와 접목시켜 IT 강국의 자부심을 이어갈 생각이다.
또한 분당병원은 u-hospital 구축을 통한 실시간 자원관리 시스템, 최첨단 물류시스템, 건강증진센터의 PDA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환자중심의 병원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분당병원이 5년 전 개원과 함께 종이, 차트, 필름, 슬립이 없는 병원으로서 국내 의료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새운 것처럼 유-헬스(u-health) 분야의  R&D에도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국내의 의원과 병원간, 병원과 병원간의 의료정보 교류 활성화에 기여, 국가적인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분당병원이 그동안 급속한 성장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에 당분간 정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분당병원이 지난 5년간 앞만 보고 전력질주를 해 왔고 진료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급속한 성장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빠른 성장을 경험하면서 우리 스스로도 급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체질을 만드는데 주력해 왔다.
몸 불리기에 치중하는 대신에 6시그마를 통해 외래 재진환자 관리, 입원 환자의 재원일수 단축 등  진료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여온 것이 그 예이다.
신의료 기술의 개발, 특허취득과 교육연구 사업 등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6시그마, 업무프로세스 개선, 제안제도 등을 활용, 효율적으로 비용을 관리해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유지할 방침이다. 우리는 아직 2차병원이기 때문에 3차병원 진입 또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 외래환자수가 늘어난 만큼 공간 부족이 예상되는데 규모 확충에 대한 계획은?
▶그 동안은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정비해 효율적인 운영으로 부족한 공간 문제를 해결해 왔다. 마른 수건도 짜서 쓴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초 설계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검사 및 진료 예약 대기시간이 지연되고 교수들의 연구시설이 부족해 이제는 어느 정도 규모의 확충이 불가피한 시점이 되었다. 우선 본관동 증축을 통해 부족한 외래, 수술장, 검사 시설과 연구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생각이다.
 

-분당병원은 노인 및 성인성질환 전문 병원이라는 설립취지를 가지고 있는데, 노인병 특성화에 대한 특별한 운영 방안은?
▶앞으로 성인 및 노인성질환에 대한 특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앞서 밝힌 병원 규모 확충은 노인성질환 연구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본격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시작으로 지난 2일 65세 이상이면서 2가지 이상의 복합질환을 가진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수의료센터 외래를 오픈했다.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신경정신과,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들이 협력해 노인환자들의 복합적인 질환을 살피는 시스템이다.
보통 노인환자들은 어느 특정한 한 질병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 여러 가지를 동시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수의료센터에서는 유관 진료과들의 협진을 통해 포괄적으로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노인환자의 질병 관리에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인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외래와 병동을 운영하면서 쌓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성질환 및 성인병원 연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며 노인의학전문 교육병원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수 있도록 하겠다.

 

김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