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소제기후 압수수색 증거능력 없다"(종합)-연합뉴스 펌

성남까치 2009. 9. 23. 15:42
"공소제기후 압수수색 증거능력 없다"(종합)

수원지법 "피고인 강제수사 형사소송법 위배"
검찰 "압수수색 규정 무의미" 반발 상고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다음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수사자료는 증거능력이 없어 이를 근거로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경호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원심대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해 피고인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했으므로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고 이를 통해 작성한 수사보고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로 재직하면서 주류도매업자 B씨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100만원권 수표 3장을 받은 혐의로 2007년 3월 B씨와 함께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공소사실 중 수표 1장 수수 혐의와 관련해 6차 공판기일이 지난 뒤인 2007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뇌물 공여자 B씨의 금융거래내역과 수표 사본 등을 확보해 법원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수표 2장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나머지 수표 1장 수수 부분에 대해 "형사소송법 215조에 의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에게만 허용되고 공소제기 후 피고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이어 "오히려 형사소송법 272조에 따른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해 이런 절차 위반을 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사와 피고인은 각각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제기 이후 사실조회로만 물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압수수색 규정이 무의미해진다"며 "공소제기 후에도 검사는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215조는 검사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시기를 공소제기 전으로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나 공소가 제기되면 검사와 대등한 관계에 서는 피고인의 지위, 증거보전청구 절차 등으로 보면 일단 공소가 제기되면 검사는 강제수사로 압수수색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우정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강제처분을 금지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상 원칙"이라며 "증거능력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가 있지만, 예외를 함부로 인정하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어 예외 인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ktk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9/23 11:3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