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남한산성을 휘덮은지 10여일이 흘러 이젠 성남도심 곳곳에 있는 은행나무 잎이 도로와 인도로 쏟아져 내린다. 낙엽을 밟는 정취를 느끼려는 시민들의 마음을 뒤로 한채 미화원들의 낙엽쓰는 모습이 분주하기만 하다.
지난 4일 전국 최대 민속5일장인 성남 모란시장을 찾았다. 매 4·9일 장인 이곳은 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분주해 지는 곳이다. 장날 최대 8만~10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도시 근교 시골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어느 5일장과는 달리 성남 모란시장은 서울에 근접한 성남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먼저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평이다.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대원천을 복개한 공터 1만2천200㎡의 부지에 250여 개의 파라솔과 800여 개의 좌판이 들어서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1980년 초반부터 명물시장으로 불린 모란장의 규모가 가히 짐작이 간다.
지하철 8호선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시장 입구까지 인도에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다. 야채에서 부터 무좀약, 도장파는 아저씨, 서리태콩을 고르는 할머니까지 시장 입구로 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장 바로 입구, 상가 건물에는 그리 작지 않은 철제상이 있다. 이곳에는 계절마다 각종 씨앗 등 종자에서 부터 비료, 농약, 그리고 철제 농기구까지 말 그대로 장날이면 철제상 앞은 북적북적 그 자체다.
◇모란장 구성
▶장날의 모란장은 허가된 장터에 고정된 자리를 가진 상인연합회 회원들이, 통행로 주변에는 자리가 없는 노점들이 상행위를 하고 있다. 상설 모란시장 주변 골목에는 소량의 농산물을 팔러 나온 재배농들이 자리를 잡는다.
개고기와 가금류 등을 취급하는 상설 점포들은 모란장의 북측면과 모란장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다.
허가된 장터는 상인연합회의 13개 부서에 따라 정확히 13개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각 부서별 상인회원수는 화훼부 16명, 잡곡부 77명, 약초부 40명, 의류부 142명, 신발부 18명, 잡화부 88명, 생선부 92명,야채부 109명, 음식부 40명, 애견부 50명, 기타부 171명, 고추부(소매) 50명, 고추부(도매) 25명, 가금부 32명 등이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시장입구에 들어서면 화훼부가 맨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잡곡부는 쌀, 보리, 콩 등 여러 가지 잡곡이, 약초부는 굼벵이, 지네, 인삼 등 온갖 약재가 거래되고 있다. 약초부의 경우 대개 각 장을 순회하면서 구입하거나 장사를 하지 않는 날에 산지에 가서 직접 구입한다. 여기에 의류부·신발부·잡화부·생선부 등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모란장의 유래
▶언제부터 정확하게 모란장이 생겼느냐는 것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나 지난 1960년대 초반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란시장은 1961년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주민들의 생필품 문제 등 생활여건이 조성되지 않자 당시 광주 군수였던 예비역 육군대령 출신 김창숙(金昌淑)씨가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재향군인 개척단으로 현재의 성남모란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후 간척지에 정착한 사람들의 생활여건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게 돼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된 모란시장이 현재까지 46년이란 새월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모란장 변천사
▶모란장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대원천 하류에 있는 길이 350여m, 폭 30m, 면적 약 1만2천200㎡ 규모의 복개지 위에서 매 4·9일 열리는 5일장이다.
모란장의 장터는 생성기인 1960년대에는 지금의 위치가 아니었으나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상설 모란시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됐다가 1990년 9월 24일 복개천이 조성돼 현재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1991년 6월부터 장이 서지 않는 날은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현재의 모란민속상인회에서 시장을 관리한다.
모란장에 출시하고 있는 상인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인회에 등록된 953명을 포함해서 장자리를 가진 상인의 수만 1천여 명에 이른다.
또 자리를 갖지 못한 노점상들과 자신의 생산물을 팔러 온 농민들을 포함하면 대략 1천500여명 정도의 상인이 매번 장이 열릴 때마다 상행위를 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
모란민속5일장 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영식·성남예총회장)는 전통 민속예술과 현대적 예술공연을 실시해 이곳 모란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흥겨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전통민속장 체험의 장으로 활성화 시키기 위해 올 4차례에 걸쳐 모란민속5일장 축제를 개최하는 등 시장문화에 예술을 접목하는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 축제는 가수 도시아이들과 이진관 등 대중가요 공연과 한국미술협회 성남시지부의 깃발 전시전, 마당극 배비장전, 경기민요, 멕시코공연팀 초청 공연, 퓨전타악, 줄타기, 오리뜰농악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이밖에 가훈써주기, 짚공예, 떡메치기 등 민속놀이 체험 기회 등을 제공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볼거리에다 흥거리를 덤으로 얻어 주는 노력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성남예총에서도 국악인, 무용인, 지역 향토예술인, 인기 연예인 등을 초청해 함께 어울어지는 ‘찾아가는 미니콘서트’를 6차례 실시했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은 올해 성남 모란시장에서 4회에 걸쳐 ‘찾아가는 문화 연주회’를 가져 재래시장 활성화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2시께 시장과 뒷편 주차장 사이 적지 않은 공간에 마련된 무대 앞에 260여 석의 관람석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기문(77·수정구 산성동)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곁들인 국밥 한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3시부터 공연이 시작된다고 해 급히 칼가는 숫돌을 1만원에 구입한 뒤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무슨 공연인지 여쭙자 “잘 알지는 모른다”며 “장날이면 인기가수가 나와 노래도 하고 또 풍물놀이패가 한바탕 놀기도해 볼거리가 솔솔하다”며 “뭐니 뭐니 해도 국악인들이 나와 부르는 민요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겸 운동삼아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에서 1시간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서 장을 찾는다고 귀끔해 줬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이곳에 이사왔고 이사 오기 전부터 모란장을 자주 찾았다고 덧붙였다. 전에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일부러 찾았으나 지금은 소일삼아 장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전해줬다.
공연시작 1시간 전 40여 명이였던 사람들이 10분 전에는 2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날 공연은 경기도립예술단인 ‘리듬앙상블’(악장 김권식)의 공연이 마련돼 있었다. 리듬앙상블이 공연 시작을 알리는 가수 이용씨의 ‘잊혀진 계절’이 연주되자 음악소리를 찾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공연장을 향했고 미처 의자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주변 나무 그늘을 찾아 앉거나 선채 1시간여 되는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이날 400여 명이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김권식 악장은 “이러한 길거리 공연이 쉽지 않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무질서한 이곳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잡힌다”며 “문화란 모세혈관운동을 하는 것으로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 이들에게서 행복이란 감정을 끌어내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장날 이모저모
한 여성이 아기를 업은채 5살 정도 보이는 아들과 함께 빈대떡을 먹는 모습에 기자가 어렸을 당시 모친의 손을 잡고 인근 시골 5일장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던 기억이 번뜩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한참동안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았다.
밤과 대추를 파는 곳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수입산 아니냐’고 말을 건네자 ‘여긴 수입은 팔지도 않고 취급도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주인 아저씨의 단호한 말에 결국, 손님은 약간의 덤을 받고 두 봉지의 밤을 구입해 어디론가 향했다.
아동복 코너 상인 아주머니로 부터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내 받으며 “요즘 경기가 정말 좋지 않죠?”라고 묻자 “모란장도 옛날 같지 않고 올 초반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떨어져 생활이 힘들다”고 말한 뒤 “내일 여주장에서 많이 팔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받아줬다.
가금류를 파는 곳에선 닭 한마리가 현장에서 작업(?)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최근 사료값이 또 올랐단다. 융자금 5천만 원을 지난 7월 대출 받았는데 현재 상태면 내년이 문제란다. 닭과 오리 농장들 또한 올 겨울이 고비로 파산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장날이면 3천마리 가까이 나가던 닭은 요즘 700~1천마리 도소매로 나가고 지난 4월 1천마리 판매고를 올리던 오리도 300여 마리 밖에 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푸념을 널어 놓았다. 그래도 올초 AI여파로 이곳에서 판매가 전무하던 것이 그나마 조금이지만 회복됐다고 위안을 삼았다.
◇인터뷰=모란민속시장 상인회 최정택 회장
모란민속시장 상인회 최정택 회장(50)은 “외국발 국제금융 여파로 국내 내수시장이 힘을 못쓰고 있는 요즘 전국 최대 민속5일장이라고 뽀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립예술단 공연이 있기 직전 공연장을 찾은 최 회장은 햇빛가리게 모자를 시민들에게 일일이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현재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그래도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잠시 나마 버거운 현실을 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상인회가 현재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기가 좋을 땐 무엇이라도 하려고 했고 상인들 또한 적극적으로 협조 했는데 현재는 너무 (경기가) 않좋으니까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전했다.
그래도 그는 외지에 홍보차원으로 보낼 달력 1만부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은 “현재 어렵지만 시장 상인들은 성남시에서 비좁은 현 시장부지를 좀더 넓은 곳으로 이전키로 해 그나마 희망을 버리지 않고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인들을 상대로 친절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최근에는 시장상인들이 꺼려하던 성남사랑상품권을 적극적으로 통용될 수 있게 설득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 회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장 안으로 들어와 질서있고 건전하게 장사를 하고 있어 시에서 추진하는 모란장이 이전되면 그 입점을 현재의 회원들 위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택 회장은 “모란장날이면 차량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1~2시간 정도라도 주변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이다”며 “재래시장처럼 5일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최 회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더욱 친절하고 믿음성 있게 정성껏 손님을 맞이하는 시장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는 한 그리 멀지 않는 시기에 좋은 날이 올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sd191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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