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좋은글

`기자실 통폐합' 반드시 철회돼야

성남까치 2007. 8. 20. 13:54
`기자실 통폐합' 반드시 철회돼야
정부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정부부처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제한을 위한 조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뿌리 깊은 언론 불신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욱이 정부 부처별로 마련된 브리핑룸을 오는 8월부터 정부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세곳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폐합한다는 내용인데다 브리핑 내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전자브리핑시스템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취재 감시 기능을 원천봉쇄해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음으로서 언론자유 수준을 과거 독재시대로 후퇴시키는 조치에 다름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에 적대의식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부터였다.
 뿐만아니라 노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인 2001년 2월 언론을 조직폭력이라고 부르면서 공세를 시작했다. 메이저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4월 조선, 동아는 경선에서 손떼라는 말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격렬한 용어로 시시때대로 비난했다. 조선일보와 인터부하거나 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한 고위 공직자에 대해 청와대가 경위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언론단체와 여야 정당, 대선예비 후보들까지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임기 막판까지 집요하게 언론 통제를 일삼는 노무현 정부의 행태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더군다나 정권 말기에 언론과의 전선을 확대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켜 보려는 의도일수도 있거니와 임기말 기강이 흐트러진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각종 비밀문서가 야당이나 언론에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포석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부처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통제조치에 대해 여야 대선주자들은 지난 22일 한목소리로 언론의 감시 기능약화, 반헌법적 조치라고 비판하면서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또 한나라당과 중도통합신당 등은 빠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조치를 저지하고 취재 자유 원상회복을 위한 입법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혀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정면충돌 양상을 빚을 상태다.
 때문에 정부가 예정대로 이번 조치를 8월부터 시행하지 못하거나 강행하더라도 7개월 뒤 다음 정권에서 뒤바뀌는 시한부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몇개월짜리 언론 정책으로 인해 또다시 국민세금을 투입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다. 이에따라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숨길 것이 너무 많은 실정 주역들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보여주는 신종 언론탄압 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부처에서 무슨일이 있는지 국민은 알권리가 있다. 국민의 권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취재 경로를 조작하면 언론이 자유로운 취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재검토를 촉구했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정보가 언론 보도를 탓하거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식은 안된다고 했으며 김근태 전 의장 역시 정부 발표에 의존하는 기사가 양산돼 언론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한국기자협회는 정부의 독단적 방안, 언론계 협의뒤 확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협은 정보화 시대라고 하지만 가장 정확한 의사소통 수단은 대변접촉이라며 왜 이렇듯 기를 쓰고 현장과 기자를 분리시키려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협은 정부안의 무조건 수용을 강요한다면 권력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정부의 대원칙과 지금껏 표방해온 참여정부의 위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협회도 성명서에서 헌법에 보장한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모든 정당과 대선주자 및 언론단체들이 정파와 이념을 떠나 정부의 이런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반대한다는 것은 이 제도가 정권의 퇴장과 함께 곧바로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하겠다. 불과 여섯달 밖에 가지 않을 조치를 졸속으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기자실 폐쇄가 시행된다면 부정확한 보도가 양산돼 신종 언론통제를 실시했다는 불명예를 정부가 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면서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 및 취재통재 방침의 철회 촉구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홍 문 식>
...............................................................................................................................................
전국매일 시론=2007/05/29 일자 지면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