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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재미에 푹~빠졌어요!!!

성남까치 2006. 11. 20. 12:23
영어공부 재미에 푹~빠졌어요”

“남들은 다 늙어 주책없는 짓이라 하지만 전 제 자신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주차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보길씨(61^사진).

그의 하루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아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도 34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직할 당시만 해도 사회는 많은 희망과 꿈이 있을 거라 믿었던 박씨.

그러나 사회는 조직된 군사회와는 판이한 차이를 보였고 도무지 소일거리와 경제적 능력의 한계로 인해 좌절감과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런 2년여 시간을 보내다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분당구청을 찾아 구직카드를 작성하게 됐고 용역회사에서 연락이와 성남법원에서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그는 첫 근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을 찾은 민원인들에게 최대한 주차 편의와 함께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본 기자가 그를 처음 본 것이 3년전으로 생각된다.

처음 법원에 출입할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이 없는 상황으로 성남지원의 주차대수는 40면 남짓.

그러나 하루 출입차량이 800여대에 이르다 보니 항상 주차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여년 전에 건축된 노후 건물과 좁은 주차공간으로 인해 법원내 교통체증은 심각하기만 했고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가 않았다.

이로인해 잦은 주차문제로 민원인들의 항의를 현장에서 직접 받아 처리해야 하는 악역 아닌 악역을 담당해야 했던 것이다.

법원을 방문한 민원들이 주차질서를 지키기는 커녕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 재판 개정 5분전에 도착해 주차공간을 요구하는 사람, 5부제를 지키지 않는 사람,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는 사람 등등.

박 씨는 그동안 4년여의 시간에서 묻어나는 경험과 여유로움으로 이들에게 따스하고 성실하게 대해 주며 이성에 호소하고 친절한 미소로 성심을 다해 민원인을 대한다.

이러다 보니 이젠 민원인들이 먼저 그를 알아보며 인사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그의 손에는 항상 무언가가 들려져 있으며 연신 입으로 중얼중얼 읖조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단편 영어 소설책이다.

몇달 전 그는 토익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적을 못내 요즘 부쩍 영어공부에 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3년전쯤 일로 한 외국인이 법원을 방문했으나 언어소통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로인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만 보야야 했던 그는 문뜩 자신이 유창하게 영어회화를 해 그들을 도와줘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매달 85만원의 박봉이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을 위해 일정부분을 할애해 학원을 다니고 교재를 구입해 영어공부에 돌입했다.

그때부터 3년 동안 그는 한결같이 영어학원을 다니고 근무시간 중에 틈틈히 짬을 낸 결과, 지금은 외국인과 손쉽게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해 이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줌으로써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박씨는 “주위사람들은 `그냥 주차관리나 잘하면 되지 다늙어서도 뭐하러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하지만 항상 인생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이 일반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지난 10월 토익시험에 응했던 박씨는 당초 목표로 세웠던 점수를 받지 못해 요즘 부쩍 마음이 바빠졌다.

듣기 시험에서는 어느정도 점수가 나왔는데 문법에서 많은 점수를 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문법과 독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와 먼지 공해로 씨름하며 무거운 발거음으로 영어학원을 다녀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조용히 눈을 감고 `오늘 하루 후회없이 지냈는가'를 자신에게 되물으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봉사와 친절로 민원인을 도울 것을 다짐하는 그의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김대성기자 〈kimds@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