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대화가 남긴 나눔의 의미
"엄마, 요즘 속상해요.왜 내친구들은 모두 그런지..."
"뭐가?"
"저랑 제일 친한 친구들이 불행한것 같아 저도 기분이 안좋아요"
어느날 저녁 자기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오더니 아들이 하는 말이다.
대화창에서 친구들이랑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왔나 보다.
이야기인즉,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 둘이 있는데 한친구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빠랑 둘이 사는데 사는게 말이 아니라고.
반찬도 그렇고 힘들다보니 밥도 안해먹고 급식비도 못내서 급식도 못먹어 아들이 알바한 돈으로 내주려 했는데 친구가 그냥 두라했다며...
또 한친구는 여자친구인데 "왜 엄마가 딸보고 집을 나가라고 해요?" '나가면 얼굴보고 살지 말자'했다는거다. 그래서 친구가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그 엄마도 뭔가 속상한 일이 있어 그렇게 말한거지 설마 자식에게 진심으로그러는 부모는 없다"며 말하니 자기도 그렇게 위로해 주었단다.
오랫만에 아들과 앉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친구의 아픔을 같이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잘 나가고 좋을때만 친구가 아니라 그렇게 힘들때 같이 하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잘 대해주라 하니 전 끝까지 그친구들이랑 같이 할거란다.
그소리를 듣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요즘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다 보니 깨지는 가정이 많은것 같다.
그 고통이 오롯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자그마하게 공장을 하는 우리도 2-3년전부터 너무 힘들다.
아이들에겐 되도록 내색을 안하려 해도 전과 같지 않게 필요한 것도 제대로 못해 주고 나도 모르게 힘들다는 것이 비춰지다 보니 아이들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
그런 눈치 있는 나이고...
공고를 다닌다지만 고3인 아들은 학교 끝나고 알바하고 딸도 주말 알바하고...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바르게 커준 아이들이 고맙다.
다음날 이런 저런 밑반찬을 만들어 아빠랑 사는 친구 갖다 주라 했더니 아들이 좋아한다.
머슴아라 안들고 갈지 알았는데 기분좋게 들고 가는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그 후로도 가끔 반찬을 보낸다.
그제는 "엄마 한명분 더 싸주세요"한다.
그 친구도 역시 이혼가정이며 아빠랑 산다고.
3가지 반찬을 만들어 두명에게 둘수 있도록 포장하고 보니 짐이 제법이다.
"엄마 요즘 자선 사업가 같아요"하며 웃는 아들 얼굴이 해맑다.
어찌보면 지금의 나이에 저런 얼굴이 제모습인데 사회가 이렇다 보니 커가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근심이 너무 많다.
돈으로 다 해결되는 세상이다 보니 더욱...
공부에 열중하고 미래설계로 고민해야 하는 나이에 일찍이 깨진 가정의 아픔을 맛보며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니 우리 사회도 앞날이 걱정이고.
범죄예방 위원을 하다보니 우리에게 오는 아이들 거의 모두가 집안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다.
편부,편모,아니면 조모밑에서 사는 아이들..
더 힘들던 시기 자식들 때문에 모든 고통 끌어안고 살던 우리 부모세대 덕에 그래도 우린 그런 상처는 모르고 자랐는데..
삶이란 고통이 없을수 없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만 참고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온전한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지 않던가?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나라가 건강하다.
건강한 가정에 건강한 청소년들이 자라고 그들에게 맡겨질 우리사회가 그래야 건강해질 것이다.
모두 우리아들 같은 아이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엄마의 정을 느낄수 있도록 내가 할수 있는 범위에서 노력 하려 한다.
우리 아들을 위해서, 앞으로 건강할 우리 사회를 위해서.
글 쓴 이 : 안 승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