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풀잎소리...섹소폰 선율로 사랑과 행복을 드립니다//
아내에게 등 떠밀려 배운 색소폰 선율이 어느덧 어려운 이웃에게 고단함을 풀어주고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선물’이 됐다.
교통안전공단 성남자동차검사소에 근무하는 이병석(39) 과장과 사내동호회 ‘풀잎소리’ 회원들의 이야기다.
이 과장은 요즘 ‘TS(교통안전공단) 행복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에 이어 다음달부터 매월 한 차례씩 상대원 녹지공원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찾아가는 콘서트를 기획해야 하니 그렇다.
그의 곁에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 공연을 연습하며 서로 힘이 돼 주는 ‘풀잎소리’ 회원 17명이 함께 한다.
이 과장이 지난 2005년 결성한 교통안전공단 사내 음악동호회 ’풀잎소리’는 올해로 8년째 음악 재능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색소폰과 드럼, 기타 등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때로는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때로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로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실 그의 전공은 음악과는 동떨어진 ‘자동차공학’이었다. 졸업 후 1999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늦은 퇴근시간과 잦은 밤샘 근무로 여유시간이라곤 없던 탓에 2003년 4월 선배의 권유로 교통안전공단에 입사했다.
대기업 근무시절 ‘음악을 통해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아내의 권유와 선물로 받았던 고가의 색소폰.
악기를 익힐 여유가 없어 집 한 구석에서 ‘장롱 악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색소폰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도 이때쯤이다.
이 과장은 공단 입사 후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익히며 자연스럽게 색소폰 동호인들과 어울리게 됐다.
2004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불정교 다리 밑에서 주말 저녁이면 학원에서 만난 지인들과 함께 거리연주를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 해 분당구 야탑동 무지개 동산 예가원에서 색소폰 연주 봉사를 하며 본격적으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이 과장은 “장애인 친구들이 색소폰 연주에 맞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내가 그동안 찾아왔던 것이고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며 “하나님이 주신 사역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006년 인사 이동으로 성남에서 서울로 근무지가 옮겨지자 그곳에서도 교통안전공단 음악동호인들과 함께 재능나눔을 이어갔다.
강남의 ‘다니엘’ 복지시설에서 3년여간 주말오후에 시설을 찾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연을 하며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왔다.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게 연주를 하는 모습..
2009년 다시 근무지가 현재의 성남자동차검사소가 되면서 기존 예가원 후원은 물론 지난해 상대원1동 김경철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만나면서 재능기부 활동에 날개를 달게 됐다.
김경철 회장의 주선으로 지난해 상대원 소재 지체장애 비인가 복지시설인 ‘우리공동체’와 새롭게 인연을 맺을 수 있고, 저소득 독거노인이 많은 상대원 지역에서 4회에 걸쳐 ‘찾아가는 열린 음악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이 과장의 큰 아들도 아버지로부터 색소폰 연주법을 배워 2년 전부터 부자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사랑의 음율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교통안전공단은 이들의 봉사활동을 인정해 ‘TS 행복 콘서트’ 지원금으로 1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병석 과장은 “항상 주말에 공연이 있다보니 참여인원이 많지 않을 때가 가장 속상하고 힘이 든다”며 “그러나 우리 공연을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는 열정이 있는 한 색소폰 소리는 계속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능은 있지만 어떻게 활용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반드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것일지라도 타인에게 훈훈함과 가쁨을 줄 수 있는 ‘나눔’으로 이어질 때 건강하고 따뜻한 지역사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대성기자/sd1919@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