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좋은글

공모교장 심사과정 투명해야<기호일보 6-17일자 사설>

성남까치 2009. 6. 17. 10:44

수십 년간 점수를 누적해 교장으로 승진시켜주는 ‘교장자격증제도’가 교장 공모제로 바뀌게 되면서 찬반 양론이 여전히 분분한 가운데 인천시 관내 6개 학교가 공모형 교장 모집에 들어갔다. 학교 경영에 절대적인 권한과 의무를 지니는 교장 자리를 자격증 없이도 공모할 수 있게 한 것은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 역사에 신기원을 마련한 것이다. 공모형 교장제 시범실시기간이 2년여에 불과해 아직은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는 아직은 이르다고 보여진다. 다만 우리 교육계가 공모형 교장제 실시를 놓고 왈가왈가하기보다는 공모형 교장제 실시에 이르게 된 현 교장자격증제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반성이 먼저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교사들은 교장이 되기 위한 고달픈 승진 경쟁에 매달리지만 일단 교장이 되고 나면 정년 때까지 교장자리가 보장되다 보니 그저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승진만 하면 견제와 경쟁이 전무하니 학교 교육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되짚어 봐야 한다. 교장이라는 자리가 교육 기득권을 누리는 자리여서는 안 되며 교육 권력자의 자리로 남아 있어서도 안 된다. 아울러 임기를 마치면 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름다운 교사 본연의 자리에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장 자리가 대학의 경우처럼 보직의 개념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지난 공모제 실시에서 심사과정을 비롯해 심사위원회 구성, 심사절차 등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모교장제의 시행자체를 놓고 회의론이 대두되곤 했다. 또 이 제도 아래 과연 어느 교사가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려 할 것이고, 누가 교사들에게 수업 잘 하고 열심히 연구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일선교사들은 10년, 20년 오랜 경력을 쌓아야 학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전문직이고 풍부한 교육경험이 요구되는 것이다. 학교는 생산성을 증대시켜 소득을 높이는 것처럼 업적을 쌓는 일반 기업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또한 그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인재양성이라는 막중한 일을 책임질 학교장을 검증되지도 않은 비전문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따라서 공모형 교장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자격과 검증과정이 필요하고, 특히 심사과정에 의혹이나 잡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