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자살은 예방이 최우선

성남까치 2008. 10. 5. 10:08

특별기고=자살은 예방이 최우선
이웃에게 관심과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기고자=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규섭 교수 <사진>
 
【성남】최근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면서 자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자살이란 단지 막연한 관심사로 대게 일반인들은 그저 방관자적 입장이였다.
그러나 자살을 생각하려는 사람은 의외로 많고 자살미수로 그친 사람들도 상당수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자살사망율의 변화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초부터 자살사망율이 급격히 증가해 OECD국가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자살사망율이 높은 헝가리,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은 대부분 1980년대 이후 자살사망율이 감소 추세거나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 평균 자살사망율이 6.43%에 달하고 있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살이란?
자살의 어원은 라틴어의 sui(자신을)와 cædo(죽이다)의 두 낱말의 합성어이다. 즉,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자살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심리상태가 있다.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로 인한 고통이다. 특히 상실한 대상과 애착관계가 강할수록 고통은 더한데 사랑하는 이가 없는 고통스런 이 세상보다 저세상에서 재회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
말기암, 만성 동통등 건강문제, 가정문제, 경제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힘든 삶에서 도피해 고통이 없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때로는 타인에 대한 복수심, 적개심으로 인한 자살도 있다. ‘내가 죽어줄테니 너희들도 고통을 당해봐라’는 보복적인 내면심리가 있다.
자기에 대한 요구가 높은 사람이 자신의 기대수준에 현실이 못미칠 경우,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로 인한 절망감, 주위 사람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죄책감등으로 스스로를 응징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주위로부터 거절로 인한 박탈감, 자기애적 손상이 너무 커서 견딜 수 없을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한 방법으로 또는 다른 사람을 조정하는 방법으로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자살의 공통점
1989년에 Schneidman은 자살에 흔한 10가지 공통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자살의 흔한 목적은 뭔가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것인데 참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 자신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요구의 좌절이 자극이 되고 정서적으로는 희망이 없고, 도움 구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들며 자신이나 세상,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기도 하나 자신의 자살의도에 대해서는 양가적이고 혼란스러워 한다.
▶자살의 위험요소
그렇다면 자살의 위험요소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적어도 60% 이상의 자살 시도자와 자살자들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중 가장흔한 것이 우울증등의 기분장애이고 다음으로 정신분열병, 알콜중독 등 약물남용이다.
성격 유형으로는 완벽주의자들로 실수를 두려워하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유형, 충동적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유형, 남의 비난에 과민하고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등이 위험성이 높다.
독신, 이혼자 등 주변에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군에서 위험성이 더 높고 집안에 양극성장애, 우울증, 정신분열증, 알코올 중독, 자살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또한 자살 위험성이 높다.
또한 최근들어 스트레스가 높은 생활 사건이 많은 것도 위험요인의 하나이며 최근 1년내에 자살시도를 한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100배가량 높다는 보고가 있다.
▶자살에 대한 편견
흔히 우리는 자살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 자살한다고 위협하거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람들은 주변의 관심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무시해 버리고 신경을 안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사람들의 경우 10%에서 실제로 자살에 성공한다.
또한 자살은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정도는 죽기전에 자신의 자살 의도를 밝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하기 얼마전에 주변사람들과의 대화과정에서 또는 성직자나 의사를 찾아가서 자살의사를 직접 밝힌다. 또는 전과 다르게 식사량이 줄고, 말이 없어진다거나 수면의 변화, 유언장을 쓴다거나 마치 앞으로 긴 여행을 떠날 것 같이 주변을 정리하고 아끼던 물건을 스스럼 없이 남들에게 나누어 준다거나, 극도로 힘들어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매우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인다면 이 또한 자살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양가감정으로 매우 혼란된 상태에 있는데, 자살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느끼며 자신이 자살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숨기려하면서도 자신의 자살의도를 누군가 알아주고 구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주변의 누군가가 자살의사를 모호하게 표출한다고 해서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자살에 대한 대처법
그러면 주변에서 이렇게 자살의 증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대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어떤 방법으로 죽고 싶나? 구체적으로 자살방법을 계획하고 실제 시도해 본적도 있나?’ 하고 직접적으로 묻는 것은 자살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오히려 자살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현재 힘든 상태와 자살충동에 대해 외부로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이로써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내용의 대화는 매우 치료적이다.
또한 자살의 징후를 보일 경우 그 사람이 왜 죽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로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며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사람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해 주고 자살은 그가 찾고 있는 해답이 아님을 강조하며 자살 후 가족 및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가족, 친지, 친구 등 누군가가 가능하면 곁에 붙어 있도록 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서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살은 예방이 최우선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가장 큰 예방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이웃에 관심을 갖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야말로 자살에 대한 최상의 해답이라 생각된다.

                                                                          김대성 기자 sd1919@kihoilbo.co.kr

 

 

◇참고
슈나이드만(Shneidman)이 1989년에 발표한 자살에 흔한 10가지 특징
1. 자살의 흔한 목적은 뭔가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다.
자살은 목적없이 아무렇게나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보다 더 두려운 무언가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다.
2. 자살의 흔한 목표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의식의 세계를 끝내려는 것이다.
자살은 망각을 제공함으로써 고통스러운 생각들로부터 해방시킨다.
3. 자살을 유발하는 흔한 자극은 참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다.
수치심, 죄책감, 분노, 공포,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들이 파괴적 행동을 유발한다.
4. 자살의 흔한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적 요구의 좌절이다.
자신에 대한 기준과 기대가 높은 사람인 경우 특히, 목표가 좌절될때 자살하기 쉽다. 실망이나 실패를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자신을 가치없고, 무능력하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가정불화가 좌절의 큰 원인이 되고, 성인기에는 직업상 또는 대인관계상의 어려움이 자살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5. 자살에 수반되는 흔한 정서는 앞으로 희망도 없고, 도움받을 데도 없다는 고립감이다.
분노나 슬픔등 다른 어떤 부정적인 정서들보다도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자살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굳게 확신한다.
6. 자살의 흔한 인식상태(cognitive state)는 양가감정(상반되는 감정이 동시에 있는 상태)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죽고싶은 욕구에도 충실한 반면, 동시에 그들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다른 해결    책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7. 자살하는 사람들은 흔히 시야가 매우 좁아진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극단적이고 흑백논리적인 문제해결방안을 선택한다. “불명예 이전에 죽음”을 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살을 감행한다.
8. 자살에 있어 흔히 취해지는 조처는 공격적인 방식의 도피이다.
자살은 참을 수 없는 환경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한다.
9. 자살에 흔한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의미는 자신의 의도를 표출하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편견이 진실로 죽고싶어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 절대 표현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인데, 자살을 성공하는 사람들의 적어도 80% 이상은 말로든 행동으로든 자살시행전에 자신의 의도를 표출한다.
10. 자살도 역시 그 사람의 인생에 걸친 문제해결 패턴과 일관된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만드는 위기상황에서도 역시 인생에 걸쳐 일반적으로 반응했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도움을 요청하기 꺼리던 사람들은 그 패턴을 계속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고립감을 증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