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자기고=잃어버린 것은 돈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의 자존심

성남까치 2008. 8. 3. 17:26

 

기고자=성남수정경찰서 경무과 경장 김현자

 


365일 중 하루 있을까 말까한 어처구니 없는 실수, 그게 바로 할머니 생신날 벌어졌다.
 

친척들이 모두 모인 날,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로 왁자지껄할 쯤.
 

갑자기 “어머 지갑에 돈이 없어”라는 고모의 황당한 외침. 화기애애하던 식사분위기는 금새 싸해졌고, 다들 ‘잘 찾아보라며’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 가방 안에 지갑은 있는데, 지갑 속 현금만 없는 것이었다.
 

화근은 바로 전날 친척들이 열어두었던 현관문이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지나치리만큼 문단속에 철저한 우리 집이건만, 친적들이 덥다며 오며가며 열어둔 문을 누군가 잠갔으려니 하고 방치하였고, 그 열린 문으로 달갑지 않은 밤손님이 찾아와 자고 있는 친척들 사이로 가방을 낚아채 지갑속 현금만 정말 ‘홀딱’빼간 것이다.
 

그래서 도둑맞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한낮에 현금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나서야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아침에 일어나니 가방이 문 앞에 있더라구”하는 것이었다.
 

아! 이 상실감~ 돈을 잃어버린 상실감이 아닌 직업인으로의 무너진 자존심의 상실감이었다.
 

사실 우리집은 방범창이 없는 창문이 없고, 외출이라도 할 차면 문이란 문은 다 꼭 꼭 걸어 잠근다. 그런데 한순간 방심한 ‘고 틈’을 놓치치 않는 ‘놈’ 이 있었던 것이다. 화기애애한 가정애를 파탄시키는 ‘고 놈’.
 

고놈이 활기치고 다니지 못하도록, 그리고 우리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직장에서는 말도 못꺼냈던 나의 경험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다. 나처럼 큰 코 다치지 않게 말이다.
절도는 특히 여름에 많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사람들이 현관문, 창문 등을 열어둔 상태로 지내면서도 더위에 지쳐 방범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데 있다. 그렇게 열린 문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절도가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수법도 다양해져 방범창 사이로 지팡이 같이 고리가 있는 도구를 사용하여 걸어둔 옷이며, 가방을 훔치는 방법으로 ‘못된 놈’들이 우리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절도를 당해도 내 경우처럼 피해자조차 절도를 당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고, 알았어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나 신고를 하거나 그것 마저도 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절도범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절도는 범죄의 양상으로 보아서 잡히지 않으면 상습범으로 전략하기 쉽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 늘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범죄가 다 그렇지만 특히 절도는 예방이 상책이다. 나처럼 신고도 못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현관문 뿐만 아니라 방범창문까지 점검하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열어둔 문 틈으로 더 열 받는 일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 대문, 현관문, 열린 방범창문까지 꼭! 꼭! 단속 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