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당신은 잘 주무시고 계십니까?
기고자=성남시 정신보건센터장 권의정
최근에 어떤 중년 남자가 필자를 찾았다. 이 분은 몇 년 전부터 밤중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아내를 구타하고 그것을 기억 못하는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내는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필자는 수면 행동 장애로 진단하였고 가까운 수면 클리닉에 의뢰하였다.
고등학교 수험생이 이틀간 꼬박 밤을 샌 후 불면증으로 상담을 요청하였다. 평소 규칙적으로 생활하던 이 학생은 시험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점차 잠을 줄이고 공부를 무리하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잠을 자고 싶으나 잠은 오지 않고, 이로 인해 피곤해지고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필자는 수면 습관 변경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으로 진단하고 적절한 수면 습관과 신체 이완요법을 권하였다. 일주일 뒤 불면증은 현저하게 호전되었다.
이렇게 수면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매우 흔하다. 수면 장애는 가벼운 불면증으로부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수면 질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며 복잡하다. 또한 수면은 다른 정신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불면증이 오래가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이 되기까지 한다.
물론 불면증으로 인해 일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성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주위 사람들을 매우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가벼운 것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호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충분한 숙면은 삶을 활기차게 한다. 따라서 좋은 수면 습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숙면에 좋은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별히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첫째, 잠이 오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물론 잠자리에 들자마자 잠이 오는 사람의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다.
둘째, 30분 이상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충분히 졸리울 때 다시 잠자리에 든다.
셋째, 잠자기 전 자신만의 이완 요법을 개발한다. 가벼운 샤워, 독서, 음악을 듣는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넷째, 낮잠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인다.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할지라도 아침 기상 시간만큼은 일정하게 갖는 것이 좋다.
여섯째, 커피, 담배, 술과 같은 자극적인 것들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일곱째, 잠자기 전 심한 운동은 피한다. 물론 가볍고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심한 운동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덟째, 침실을 충분히 안락한 공간으로 만들기를 권한다. 침실은 수면만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써, TV 시청이나 신문보기, 독서는 거실에서 따로 분리하여 갖는 것이 좋다.
김대성기자/<kimds@jeonmae.co.kr>